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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헬레네 루시아 애들레이드 / Helene Lucia Adelaide


성별

여성

나이

9세

키 • 몸무게

116cm / 23kg

마법 특성 계열

​빛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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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서술

 

금성처럼 밝은 금발의 소녀였다. 작은 키 덕분에 꽤 길어보이는 머리카락은 허리에 조금 못 미치도록 구불거리며 내려왔다. 태생적인 곱슬거림은 위로 갈수록 그 흔적이 사라져 앞머리는 기실 생머리에 가까웠다. 이리저리 물결치는 머리라고 하기엔 의외로 엉키는 일이 없는 것으로 보건대 아마 좋은 머릿결을 타고난 듯했다. 화사한 노란빛은 하늘에 떠 있는 것들과 닮아 있었는데, 꽃이라고 착각한 모양인지 양갈래 머리 위로 나비 날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말간 피부는 제법 생기 있게 밝은 혈색을 띠고 있었다. 젖살이 빠지지 않아 통통한 볼이 활기찬 소녀의 모습 그대로 상기된 홍조를 머금었다. 순둥하게 떨어지는 눈매 속 푸른 눈은 낮과 밤의 하늘을 모두 섞어놓은 듯 반짝였으며, 눈을 깜빡일 적마다 보이는 속눈썹은 유달리 길어 이따금 인형처럼 보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순한 귀염상을 띤 생김새는 늘 웃고 있는 표정과 더해져 퍽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키에 비해 마른 편은 아니었으나 손은 또래보다 작은 축에 속했다. 학교에서 주는 망토 안에는 얇은 천 재질의 블라우스를 입었으며, 하의는 무릎을 맴도는 기장의 치마를 입었다. 치마는 양쪽으로 퍼져 움직임에 따라 팔랑거리는 모양새였으나 안에 하얀 속바지를 받쳐 입어 활동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 한참 뛰어다니며 노는 그 나이 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무릎에는 한두 번씩 넘어져 생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옅게 남아 있었다.

성격

밝고 활기찬 / 친근한 장난기 / 주눅들지 않는 씩씩함

 

“헬렌은 내 딸이지만 정말 활기차. 나도 어린 시절이란 게 있었으니 그 나이 아이들의 체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놀아주다 보면 끝이 없어.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오히려 밝게 자라줘서 예쁘고, 또 고맙고. 집에서만 밝고 밖에 나가면 조금 얌전해지는 애들도 있다던데 헬렌은 그 반대인 모양이야. 오히려 밖에서 훨씬 활발한 것 같더라. 마을 사람 치고 우리 애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말 다 한 거 아니겠어?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낯가림 하나 없이 다가가서는 금방 친해지곤 하는데, 대체 그 어린애가 어디서 그런 능청을 배워온 건지, 하하. 분위기도 얼마나 잘 띄우는지 몰라. 가끔은 기가 찰 때도 있다니까. 그렇게 친해진 사람이랑은 곧잘 장난도 치고 그래. 사교성이 그렇게 좋기도 쉽지 않은데, 아마 자신감 덕분이겠지. 난 헬렌이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드는 걸 본 적이 없거든. 그 씩씩한 태도가 지금 헬렌의 모습을 만든 거겠지. 뭐, 그래서 사실 어디에 내놓아도 걱정은 안 돼. 딸이라고 팔이 자꾸 안으로 굽는 기분이지만 진짜야. 애가 워낙 밝으니 혹시라도 만만해 보여서 무시 당하거나 괴롭힘 당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에 보니까 자기보다 한참 큰 남자 어른한테 대들고 있던 거 있지. 친구가 줄 서 있는 곳에 새치기를 했다면서. 다들 정의롭다고 말했지만, 사실 헬렌은 어떤 생각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단지 부당하기 때문에 나섰던 걸 거야. 용감한 거랑 별개로 생각보다 단순하거든. 콕 찔렀을 때 발끈하는 면도 있고. 애가 성깔이 좀 있어. 남편이 내 어릴 때랑 아주 똑같지 않냐고 가끔 놀리는데… (왜, 당신이랑 똑같은 거 맞잖아요.) 야, 너 진짜 자꾸 그럴래?!”

 

- 결국 발끈 화내며, 엄마 프레이


 

세심한 애정과 손길 / 주변을 돌아보는 / 둥글둥글한 태도

 

“엘라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화사한 금발과 그 못지 않게 밝은 성격이겠지만,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죠. 그 애가 자기 주변을 얼마나 살뜰하게 돌보는지요. 엘라의 씩씩하고 당찬 모습만 본 사람들은 그 안에 얼마나 소중한 마음과 애정이 있는지 생각도 못 할 거예요. 엘라는 늘 주변을 돌아볼 줄 알아요. 어르신 한 분만 살고 있는 집에는 매일 들러 아픈 데가 없는지 살피고, 몸이 약해 외출을 잘 하지 못 하는 아이를 꼬박꼬박 찾아가 말벗이 되어줘요. 전에는 내가 겨울마다 크게 앓는다고 했던 걸 기억해두고 날 위해 직접 만든 유자차를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해주기도 했어요. 우리는 이제 아침마다 엘라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활기찬 안부 인사를 건네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죠. 어쩌다 그 방울같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에는 모두가 걱정할 게 뻔해요. 특히 저 건너의 빵집이나 그 옆의 과일집은 장사도 못 하고 기다릴 걸요. 다들 엘라를 마음 깊이 아끼고 사랑하니까요. 그럴 수밖에 없는 아이예요. 뜨거운 걸 못 마시는 당신을 위해 갓 내린 커피에 작은 얼음을 넣어두는 소녀를 보면 당신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엘라는 어딜 가나 친구가 많아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아니라면 엘라는 절대 싸우지 않거든요. 상대가 뭐라고 하든 마냥 웃는 얼굴로 다가가고, 설령 자신을 싫어한다 한들 변함없는 친절을 베풀어요. 우리도 엘라 덕분에 이 세상을 좀 더 사랑하게 되었죠.”

 

- 온화하게 웃는 얼굴로, 이웃 블레모어


 

선천적인 다정함 / 단단한 심성 / 늘 너의 곁에

 

“루시는 무척 상냥하고 다정해요. 루시가 너무 착해서, 나중에 나쁜 사람한테 속으면 어떡하지 걱정한 적도 있는데… 루시는 강한 사람한테는 더 강해지고, 약한 사람한테는 더 약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신기해요. 루시는 결코 겁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저번에 루시가 절 위해서 새치기한 아저씨한테 대신 화내줬을 때, 저는 루시가 꼭 쥔 주먹을 작게 떠는 걸 봤어요. 루시도 저만큼 무서웠을 거예요. 우리는 어리지만 아저씨는 어른이고, 우리보다 덩치도 훨씬 컸으니까요. 그런데도 루시는 저를 감추고 제 앞에 서서 당당하게 큰 소리를 냈어요. 정말 대단하고, 멋져 보였어요. 아저씨가 사라지자마자 루시는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저를 돌아봤어요. 방금 전의 매서웠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요. 근데 저는 루시가 괜히 저 때문에, 무서운데도 나선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울어버렸어요. 나도 루시처럼 씩씩해지고 싶은데, 하구요. 그런데 루시는 저를 꼭 안아주면서, 다 네 덕분이라고 하는 거 있죠. 네가 뒤에 있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힘을 낼 수 있었던 거라고, 네 생각을 하니까 용기가 났다고. 그러니까 이건 전부 네 덕분이라고… 그러면서 나중에는 네가 날 지켜달라고 했어요. 너는 할 수 있다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해줬어요. 루시는 늘 그래요. 항상 저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 믿는다고 말해줘요. 그럴 때의 루시는 정말 다정한 눈빛이라 저도 모르게 끄덕이게 돼요. 그러고 나면 정말 저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게 밝은 루시를 보고 있으면 사람들한테 자기 빛을 나눠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무척 든든하고 환한 빛이요. 루시는 저한테 가장 소중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예요.”

 

- 환하고 기쁜 표정으로, 절친 오펠리아


특징

01 이름

 

헬레네 루시아 애들레이드. 미들네임은 엄마로부터, 성씨는 아빠로부터 물려 받았다. 헬레네란 이름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지은 이름이다. 달과 횃불이라는 뜻이 있다던데, 소녀가 가진 빛은 달빛일까, 혹은 불빛일까. 그도 아니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하게 헬레네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친근하게 애칭으로 부르는 편이다. 가장 많이 불리는 건 헬렌과 엘라.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들네임을 덜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소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미들네임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편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이름이란 까닭도 있지만 빛이라는 의미가 마음에 든 듯했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소녀를 루시아, 혹은 루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쯤 되면 본명보다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게 아닌가 싶지만 본인이 종용하는 일이니 오히려 불러주면 기뻐할 테지.


 

02 생일

 

생일은 9월 10일, 탄생화는 흰색 과꽃으로 어린아이들이 꽃잎놀이에 주로 쓰고는 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한 장씩 똑똑 떼어가며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대체로 믿음이란 뜻을 가진 과꽃들이 으레 그렇듯 소녀의 꽃도 믿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소녀는 그처럼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만난 지 오래 되지 않아도 제 신뢰를 한껏 내어주었으니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자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소녀의 엄마는 어느 날 꿈 하나를 꾸었다. 끝없는 백사장에 홀로 서 있었고, 따사로운 햇빛 때문인지 몹시 갈증이 났다. 물을 찾아 고개를 돌린 곳에는 넓은 바다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특이했다. 낮처럼 해가 뜨고 푸른 하늘과 다르게 바다에 비춰진 하늘의 모습은 밤의 풍경이었다. 꼭 다른 세계가 서로 마주본 채 맞닿아 있는 듯했다. 캄캄한 바다에 달과 별이 반사되어 빛나는 것을 보던 엄마는 손을 뻗어 그 안에 물을 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새어버리는 물 때문에 남은 건 손 안 가득 반짝이는 빛 뿐이었다. 목마름을 견디지 못 한 엄마는 결국 그것을 삼켰고, 그 순간 잠에서 깼다. 임신 사실을 알기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03 가족

 

외동딸을 둔 3인 가족으로, 셋이 살기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에 살고 있다. 부모님의 작업실로 쓸 방이 필요하다 보니 다른 집에 비해 유독 방 수만 많은 편이라 소녀도 온전한 제 몫의 방을 하나 가지고 있다. 다소 즉흥적인 성격 때문인지 방 풍경은 그다지 깔끔하지 못 한 편. 그래도 엉망으로 어질러놓는 건 아니라 간신히 엄마의 잔소리 목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엄마 프레이 L. 디아즈. 36세의 동화 작가이며 이미 여러 편의 동화를 썼고, 덕분에 집 책장에는 엄마가 쓴 동화책이 가득 꽂혀있다. 아기 때부터 엄마의 동화를 들으며 자라난 소녀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 고대 대마법사와 신수의 언약에 관한 동화. 밝고 친근한 성격이지만 엄할 때는 확실히 엄해 훈육의 대부분을 맡고 있다. 생활비의 대부분을 벌어들이는 만큼 집안일은 남편에게 맡기고 본인 작업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아빠 아스터 애들레이드. 34세의 삽화가로, 원래는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였지만 아내를 만나며 지금의 직업으로 전향했다. 현재는 아내가 쓰는 책에 그림을 넣는 일을 하고 있다. 집필 때문에 불규칙적으로 작업실에 틀어박히는 아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라 소녀의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았다. 자상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혼낼 일이 있어도 큰 소리를 내기보다는 조곤조곤 타이르는 타입.


 

04 취미

 

소녀의 유구한 취미 중 하나는 단연 마을을 둘러보는 일일 것이다. 정확히는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고 묻는 일이다. 이 때문에 소녀는 자연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을 익혔으며, 부모님보다 더 빨리 일어나 혼자 척척 나갈 채비를 한다. 사실 취미보다는 하루 일과에 가깝지만 뭐 어떤가. 아침 안부의 마지막 순서는 나란히 있는 빵집과 과일집에 들르기. 오늘은 어떤 빵을 굽는지 확인한 뒤 먹고 싶은 빵을 산 다음, 과일 가게에서 그 날의 마멀레이드를 만들기 위한 오렌지와 레몬을 사 간다.

 

아빠의 영향인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 내키는 날에는 아빠의 무릎에 앉아 캔버스에 이런저런 물감을 묻혀가며 어설픈 그림을 그렸고, 아빠가 작업을 해야 하는 날에는 혼자 방에서 베개를 깔고 엎드려 슥삭슥삭 낙서를 했다.

 

가끔은 블레모어 씨 집에 놀러가 책을 읽었다. 집에 커다란 서재를 만들어 소장용 책을 잔뜩 보관 중인 블레모어는 아이들을 좋아해 종종 소녀가 놀러오면 기꺼이 서재를 개방해주었고, 느즈막한 오후에는 간식으로 쿠키와 우유를 챙겨주기도 했다. 소녀는 수많은 책들 중 삽화가 들어있는 책만 골라 읽는 걸 선호했다.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책도 거기에 실린 삽화 만큼은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소녀는 아직 책으로밖에 접해보지 못 한 더 넓은 세계와 무수한 미지를 동경하고 좋아했으므로.

 

하지만 가장 자주 하는 건 숲에 놀러가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숲으로 탐험을 하러 가는 일. 위험하다고 말리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으레 아이들이란 하지 말라는 건 더 골라서 하는 법. 어느 날은 친구들과, 또 어느 날은 혼자 숲에 들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자라온 덕에 여태 사고난 적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자주 지나가는 길목에서 마주친 동물들과 친해진 건 덤이었다.


 

05 특기

 

숲과 들판에서 뛰어놀던 날들이 있다 보니 체력이 좋은 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치지 않을 나이인데 아마 웬만한 어른들은 놀아주다 지칠 것이 뻔했다. 나무에도 거뜬히 올라갈 수 있을 만한 체력과 더불어 시력과 청력같은 감각들도 뛰어난 편.

 

이런 것도 특기라고 해야 할까 싶다마는 어디에서나 잘 자는 특이한 재주가 있었다. 주변 환경에 곧잘 적응하고 녹아드는 소녀에게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이건 예민하지 않은 덕일 수도, 혹은 그 모나지 않은 성격 덕분 수도 있으나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한 번은 숲에 누워 있다가 그대로 잠든 채 밤까지 돌아오지 않아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기 때문. 소녀는 이때의 일을 살면서 가장 크게 혼났던 날이라고 회상하며 웃었다. 그 뒤로는 다신 숲에서 잠들지 않았다.

 

좋은 손재주를 타고 났다. 아빠를 닮은 건지 배우지 않은 사람 치고는 그림 솜씨도 좋았고, 바느질이나 화관 같은 수공예 작업도 나이답지 않은 야무진 실력으로 해냈다. 요리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는 플레이팅을 잘하는 편. 기본적인 감각이 있는 듯했다. 원래는 오른손을 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둘 다 수월한 양손잡이.

 

손재주가 아빠를 닮았다면 스토리텔링과 특유의 연기력은 엄마를 닮았다. 가끔 친구 집에 또래들끼리 모여 다같이 놀거나 자는 날이면 소녀가 동화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 중에는 엄마가 쓴 동화도 있었으며, 모두에게 인기 있는 신목과 언약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즉석에서 직접 지어낸 얘기도 있었다.


 

06 호불호

 

꿀을 좋아한다. 오죽하면 식빵에 꿀만 잔뜩 올려 먹기도 한다. 식빵에는 꿀! 데운 우유에도 꿀! 그럼 초콜릿에는? 야, 그건 초콜릿 의견도 들어봐야 해요. 단 걸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인 듯 나름 미식가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원체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굳이 따지자면 많이 먹는 사람에 가깝다. 하루종일 이리저리 돌아 다니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사실 대체로 빵 종류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하루 일과로 꼭 빵집에 들러 아침을 사가겠지. 그 중 꿀 못지 않게 좋아하는 건 마지팬인데, 자주 못 먹게 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한 번쯤 마지팬을 산처럼 한가득 쌓아놓고 먹어보는 게 꿈이다.

 

엄마의 동화책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림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거지만, 어쨌든 고대 언약에 대한 동화책을 가장 아꼈다. 그렇다 보니 마법의 세계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으며, 마법사와 신수 또한 두말할 것 없이 좋아했다. 그토록 신비롭고 동화적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게 무척 환상적으로 느껴졌던 까닭이다. 소녀는 그들을 선망하고 동경한 나머지 가끔은 혼자 멋대로 기도하기도 했다. 우리를, 이 세계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도 본받아서 꼭 내 사람들을 지켜줄게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물론 맑은 날도 얼마든지 좋지만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평소와 달리 고요해졌고, 고인 웅덩이에 비친 세상은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딱 한 번은 비 오는 날 나가서 뛰어 놀았던 적도 있다. 물론 감기 걸린다며 호되게 혼난 뒤로는 못 해봤지만 어쨌든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었다. 비 오는 날에 한해 외출 금지령을 받은 후로 비가 오는 날이면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누워 책을 읽거나 아빠와 함께 요리를 하고는 한다.

 

소녀가 드물게도 싫어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그림 없이 줄글만 있는 책이다. 독서 자체를 즐겨하는 게 아니다 보니 글만 가득한 책은 매우 곤혹스러워 한다. 사실 동화책도 그림 보는 재미가 반인 걸.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포도가 들어간 빵!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어!


 

07 습관

 

특이하게 반존대를 사용한다. 반말을 사용하는 엄마와 존댓말을 사용하는 아빠의 영향인 것 같다. 그래도 제 또래들에게는 편히 말할 법도 한데, 어릴 때 엄마보다는 아빠와 보낸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친구들에게도 존댓말을 섞어 사용하다가 그대로 말버릇이 되어 굳은 모양이다. 다만 상대를 가리키는 호칭만은 고정적으로 반말이다.

 

늘 책갈피를 소지하고 다닌다. 책을 읽다가 꽂아 놓기 위함이다. 모서리를 접거나 페이지에 표시해두는 것은 정말이지 건포도가 박힌 빵 만큼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제는 제법 컸다고 인형과 담요 없이도 잠들 수 있지만, 그래도 자기 전에 굿나잇 키스는 꼭 받아야 한다. 여느 때처럼 딸아이에게 다정한 뽀뽀를 해주던 아빠는 웃음 반, 걱정 반으로 물었다. 이제 학교 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소녀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누군가 해주지 않을까요? 응, 분명 누군가는 해 줄 거라고 믿어!

 

칭찬을 하면 고장난 것처럼 삐그덕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버릇이라고 할 만큼 반사적인 반응이라 친구들은 되려 소녀를 놀리고 싶을 때 칭찬을 하곤 했다. 부끄러운 건지 어색한 건지, 그토록 활발하던 애가 자신을 향한 칭찬에는 면역 없이 붉어진 얼굴로 허둥지둥 화제를 돌리곤 했다.

 

이건 생긴 지 얼마 안 된 습관으로, 양손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아 얹었다. 그럴 때면 평소보다 더 따뜻하고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08 프리뮬라 마법학교

 

사실 숲을 탐험하게 된 첫 계기는 마법학교를 찾고 싶어서였다. 물론 찾을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 신비로운 세계를 두고 어찌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특히 신목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소녀가 듣기에도 경건하고 신성해서, 아빠가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동화책의 내용은 더없이 환상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덕분에 소녀는 잠들긴 커녕 훨씬 반짝이는 눈빛으로 더 들려달라 조르고는 했다. 그리고는 잠에 들 때까지 매일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거긴 어떤 곳일까. 얼마나 멋진 세계일까. 작은 몸에 두근거리는 설렘이 가득 퍼졌다.

 

어느 날 숲 탐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소녀는 숲의 반딧불이가 자신을 따라왔음을 알았다. 깜짝 놀란 소녀는 부모님에게 달려가 반딧불이가 저를 따라 집에 들어왔노라고 알렸다. 하지만 소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부모님의 눈에 보인 것은 찬란한 빛무리가 소녀의 주변에서 퍼지듯 맴도는 장면이었고, 그 빛은 무릎에 난 상처를 감싸 지우며 사라졌다. 마법의 발현이었다.

 

소녀는 어쩔 줄 몰라했다. 특히 초대장을 받은 날에는 침대에서 방방 뛰는 바람에 엄마한테 다시금 큰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내내 싱글벙글 웃는 낯이었다. 소녀는 그 날 모처럼 케이크와 마지팬을 양껏 먹었다. 특별한 날이니까!

 

엄마 아빠는 모아두었던 돈으로 오팔 원석을 장만해 물방울 모양 목걸이를 만들었다. 소녀에게 주는 입학 선물이었다. 비록 망토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빼놓지 않고 착용하고 다니며, 종종 목걸이가 있는 곳에 양손을 모아 얹고는 했다.

 

드디어 가게 되었어요. 어떤 곳일까요?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젠 아침 인사도 마을이 아니라 학교에서 해야겠지만요, 그래도 너무 설레고 기뻐요. 친구들도 많이 많이 사귀고 싶어요.

 

혹시 나한테서 무슨 소리 들리지는 않죠? 이러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갈지도 몰라!


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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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e Lucia Adela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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