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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헬레네 루시아 애들레이드 / Helene Lucia Adelaide


성별

여성

나이

14세

키 • 몸무게

139cm / 32kg

마법 특성 계열

​빛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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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서술

 

여상스레 밝은 금발의 머리는 늘 그랬듯 결 좋게 구불거리며 내려왔다. 그간 열심히 기르긴 했으나 키도 같이 자란 덕분에 허리에 조금 못 미치는 기장은 여전했다. 콧등에 닿을 만큼 길었던 앞머리가 이따금 거슬렸는지 12살 무렵 쯤부터 눈썹까지 오도록 잘랐다. 머리는 반묶음 대신 리본과 함께 땋아내린 후 귀 뒤에서 양갈래로 묶었다. 갈 곳 잃은 봄빛 나비는 양쪽 귀걸이로 자리했다.

 

이전에 비해서는 제법 훌쩍 큰 키, 아마 또래랑 얼추 비슷하지 않을까. 손은 여전히 작은 편이었으나 크면서 전체적으로 젖살이 빠진 감이 있었다. 학교에서 주는 망토는 후드와 자락에 털이 달린 것을 골랐다. 보온성이 제법 괜찮은지 망토 안에는 적당히 두꺼운 소재의 블라우스와 허리선이 긴 치마를 입었다. 부모님께 받았던 오팔 목걸이는 가슴의 브로치로, 코델리아에게 선물 받은 초승달 펜던트는 허리춤에 달았으며 아퀼라와 맞춘 우정 아이템은 펜던트와 함께 걸려 있다. 무릎 위까지는 오는 치마 아래로 길다란 니삭스, 계절에 맞게 털 달린 부츠를 신었다.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치마 안에는 속바지를 받쳐 입어 활동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갸름해진 말간 뺨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혈색이 돌았다. 순하게 떨어지는 눈매와 하늘을 닮은 벽안, 긴 속눈썹, 사랑스러운 외모까지 똑같았으나 돌연 이번 개학부터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니기 시작한 탓에 항상 반쯤 그늘 속에 있는 상태. 어쩌다 얼굴에 그림자 대신 빛이 드리울 적엔 마치 며칠을 운 사람처럼 눈가가 붉게 짓물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구도 헬레네의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음에도 개학부터 지금까지 발갛게 부은 자국은 사라질 줄 몰랐다.

성격

애들레이드

한결같이 밝은 /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 조금 철이 든

 

“헬렌은 여전해요. 아내를 닮아서 그런지 학교에서 사귄 친구랑 여간 티격태격 하는 게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잘 지낸 모양이더라구요. 헬렌이 사람도 잘 사귀고 어디서든 밝은 건 알고 있지만 전 사실 조금 걱정했거든요. 굿나잇키스는 그렇다 쳐도, (아, 그것도 해주는 친구가 생겼다고 자랑하던 걸요.) 어쨌든 아무리 씩씩하고 어른스러워도 애는 애니까요. 헬렌이라고 상처를 안 받는 게 아니고, 겁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어른들한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말도 어린 마음에는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헬렌은 그 모든 걸 상대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할 뿐이죠. 그래서 첫 방학에 해맑게 웃으면서 뛰어오는 헬렌을 봤을 때는 내심 안도했어요. 한결같이 밝고 활기차 보여서 기특하기도 하고. 집에 학교 친구를 초대해서 같이 논 적도 여러 번 있어요. 전부 좋은 친구들이던 걸요. 이런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면 저도 이제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헬렌도 예전에 비하면 철이 많이 들었죠. 제법 어른스러워졌어요. 물론 지금도 천진난만하긴 하지만. 아, 최근에 있었던 일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아내도 저도 염려가 컸는데, 개학 전에 기운을 되찾아서 정말 다행이죠. 잘 이겨낸 헬렌이 대견해요.”

 

- 부드러운 얼굴로, 아빠 아스터


 

루시아

더 씩씩해진 / 당찬 해결사 /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세상에, 그 작은 아이가 마법사라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내가 알기론 우리 마을에서는 마법사가 나온 적이 없거든요. 다들 엘라라면 얼마든지 그럴 법 하다고, 어울린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하루를 반겨주던 아침 인사를 듣지 못 함에 아쉬워 했어요.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그리웠던 인사 소리가 들렸을 땐 모두가 깜짝 놀랐죠. 알고 보니 방학이라더군요. 학교에서 지내는 동안 많이 즐거웠는지 엘라는 더 씩씩해진 모습이었어요. 게다가 모두를 도와줄 수 있는 마법을 배웠다면서 전보다 더 열심히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했죠. 물론 우리도 아직 엘라가 어린데다 정식 마법사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라고 달랬지만, 엘라는 구태여 마법이 아니더라도 주변을 극진히 돌봐왔던 아이니까요. 학교 생활에도 제 나름의 고충이 있을 테고 공부도 쉽지 않을 텐데 방학만 되면 엘라는 무척 바쁘게 마을을 돌아다녔어요. 다른 친구를 마을에 데려와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며칠은 다른 마을에 가 있기도 하고, 또 남은 기간은 사람들을 도와주러 뛰어다니고. 엘라랑 같이 놀다가 돌아온 애들 무릎에는 전과 다르게 상처가 없어요. 마법을 그렇게 자주 써도 되냐고 물어봤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며 당차게 웃더군요. 원래도 그랬지만, 엘라는 우리 마을의 해결사예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그 아이는 아마 어디서 불러도 바로 달려와 곁에 있어줄 거예요. 믿음직스럽죠.”

 

- 그립게 웃으며, 이웃 블레모어


 

헬레네

변함없는 애정 / 모두에게 다정한 / 하지만…

 

“루시는 마법사가 되고 나서 더 멋있어졌어요. 엄마께 여쭤보니 루시같은 마법사는 이 세계를 수호하는 사람들이래요. 루시는 이제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지키는 일을 하게 되었나봐요. 학교에 간 이후로 루시랑 같이 못 노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방학이 되면 루시는 그만큼 더 활기차게 저랑 같이 놀아주고 챙겨줬어요. 그리고는 학교 친구도 좋아하지만 저 역시 소중하고 아끼는 친구라면서 힘껏 안아줬구요. 저도 루시가 정말 좋아요. 아마 앞으로도 루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일 거예요. 근데, 그래서… 사실 루시한테 너무 미안해요. 루시는 저번 일 이후로 저를 만나러 오지 않거든요. 집에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이미 방학이 끝나서 학교로 돌아갔대요.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루시가 저를 믿어줬듯이, 저도 루시를 믿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다음 방학에 만나면 얘기해줄 수 있을까요?”

 

- 의기소침한 기색으로, 절친 오펠리아


 

헬레네?

회의적인 / 고립된 / 믿음의 부재

 

난 너의 악몽

어둠 속 빛

 

/뮤지컬, 팬레터


특징

01 이름

헬레네 루시아 애들레이드. 미들네임은 엄마로부터, 성씨는 아빠로부터 물려 받았다. 헬레네란 이름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지은 이름이다. 달과 횃불이라는 뜻이 있다던데, 소녀가 가진 빛은 달빛일까, 혹은 불빛일까. 그도 아니면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하게 헬레네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친근하게 애칭으로 부르는 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들네임을 덜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소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미들네임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편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이름이란 까닭도 있지만 빛이라는 의미가 마음에 든 듯했다.

 

학교에서는 헬레네, 헬렌, 루시라는 이름이 주로 사용되며 그 외에도 루시아, 네네 등으로 불린다. 소녀는 친구들이 불러주는 애칭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며 또 좋아하고 있다.


 

02 생일

생일은 9월 10일, 탄생화는 흰색 과꽃으로 어린아이들이 꽃잎놀이에 주로 쓰고는 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한 장씩 똑똑 떼어가며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대체로 믿음이란 뜻을 가진 과꽃들이 으레 그렇듯 소녀의 꽃도 믿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더이상 누군가에게 믿는다는 말이나 평생, 영원 따위의 말을 꺼내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코비의 얘기가 맞을지도 모른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소녀의 엄마는 어느 날 꿈 하나를 꾸었다. 끝없는 백사장에 홀로 서 있었고, 따사로운 햇빛 때문인지 몹시 갈증이 났다. 물을 찾아 고개를 돌린 곳에는 넓은 바다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특이했다. 낮처럼 해가 뜨고 푸른 하늘과 다르게 바다에 비춰진 하늘의 모습은 밤의 풍경이었다. 꼭 다른 세계가 서로 마주본 채 맞닿아 있는 듯했다. 캄캄한 바다에 달과 별이 반사되어 빛나는 것을 보던 엄마는 손을 뻗어 그 안에 물을 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새어버리는 물 때문에 남은 건 손 안 가득 반짝이는 빛 뿐이었다. 목마름을 견디지 못 한 엄마는 결국 그것을 삼켰고, 그 순간 잠에서 깼다. 임신 사실을 알기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03 가족

외동딸을 둔 3인 가족으로, 셋이 살기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에 살고 있다. 부모님의 작업실로 쓸 방이 필요하다 보니 다른 집에 비해 유독 방 수만 많은 편이라 소녀도 온전한 제 몫의 방을 하나 가지고 있다. 다소 즉흥적인 성격 때문인지 방 풍경은 그다지 깔끔하지 못 한 편. 그래도 엉망으로 어질러놓는 건 아니라 간신히 엄마의 잔소리 목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엄마 프레이 L. 디아즈. 41세의 동화 작가이며 이미 여러 편의 동화를 썼고, 여전히 작가 일을 하고 있는 덕분에 집 책장에는 엄마가 쓴 동화책이 가득 꽂혀있다. 밝고 친근한 성격이지만 엄할 때는 확실히 엄해 훈육의 대부분을 맡고 있다. 생활비의 대부분을 벌어들이는 만큼 집안일은 남편에게 맡기고 본인 작업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딸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작업에 손을 대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빠 아스터 애들레이드. 39세의 삽화가로, 원래는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였지만 아내를 만나며 지금의 직업으로 전향했다. 현재는 아내가 쓰는 책에 그림을 넣는 일을 하고 있다. 집필 때문에 불규칙적으로 작업실에 틀어박히는 아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라 소녀의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았다. 자상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혼낼 일이 있어도 큰 소리를 내기보다는 조곤조곤 타이르는 타입. 아내가 작업을 쉼에 따라 방학 동안 소녀를 돌보는 데에 더 신경을 기울였다.


 

04 취미

소녀는 이제 하루일과의 시작이었던 마을 둘러보기 대신 학교에서 아침인사를 건네며, 굿모닝키스를 하고, 친구의 기상을 도와주고, 화단에 물을 주는 식으로 아침을 알렸다. 최근 개학한 이후로는 화단에 물주기를 그만 둔 것 같지만 그래도 활기찬 아침인사는 여전했다.

 

동화책이나 삽화가 있는 책의 그림만 골라읽던 예전과 달리 줄글만 있는 책도 읽을 줄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독서를 하다 보니 자연히 전보다 익숙해진 것 같다. 특히 카펠라의 도움과 엘론의 영향이 컸던 모양. 아직도 조금은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책으로만 접할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을 동경하고 있어 슬슬 재미가 붙는 듯 보인다.

 

무언가를 만들고 요리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선물과 간식을 만들어주다 보니 그 빈도가 확 늘어난 것 같다. 실력도 갈수록 능숙해져, 몇몇 친구는 소녀를 요리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제일 자주 만드는 건 소피가 좋아하는 콘스프와 친구들에게 자기 전 만들어주는 따뜻한 꿀우유.

 

숲을 탐험하고, 뛰어놀고, 나무를 타고, 뭐 하나 변한 게 없는 취미 생활이다. 학교 근처 숲에 가면 코델리아에게 나무 타는 법을 알려주거나, 아퀼라와 숲길을 개척하거나, 바류 혹은 에이셸과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소녀의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다.


 

05 특기

숲과 들판에서 뛰던 날들이 있다 보니 체력이 좋은 편이나, 예전만은 못한 듯 쉴 새 없이 돌아다녔던 어릴 적과 달리 지치는 순간이 오기는 오는 모양이다. 나무를 번쩍번쩍 타고 오를 만큼의 체력은 갖추고 있다. 친구와 자주 투닥거리며 장난친 덕분인지 운동신경이나 힘도 준수했다.

 

이런 것도 특기라고 해야 할까 싶다마는 어디에서나 잘 자는 특이한 재주가 있었다. 이건 예민하지 않은 덕일 수도, 혹은 그 모나지 않은 성격 덕분 수도 있으나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한 번은 숲에 누워 있다가 그대로 잠든 채 밤까지 돌아오지 않아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기 때문. 소녀는 이때의 일을 살면서 가장 크게 혼났던 날이라고 회상하며 웃었다. 그 뒤로는 다신 숲에서 잠들지 않았으나, 어째서인지 이젠 아예 새벽까지 깨어 있는 게 다반사라 오히려 자는 걸 구경하기 어렵게 되었다.

 

좋은 손재주를 타고 났다. 아빠를 닮은 건지 배우지 않은 사람 치고는 그림 솜씨도 좋았고, 바느질이나 화관 같은 수공예도 나이답지 않은 야무진 실력으로 해냈다. 이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숱하게 들었던 만능이란 말에 걸맞게 웬만한 손 작업은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양손을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었으며 요리 실력도 굉장히 늘었다.

 

손재주가 아빠를 닮았다면 스토리텔링과 특유의 연기력은 엄마를 닮았다. 또래들끼리 모여 다같이 놀거나 자는 날이면 동화나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관록이 있어 학교에서도 그대로 써먹고 있다. 장난으로 짧은 연극을 하기도, 모두에게 직접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며 델리안이 잠을 잘 때는 특유의 생생한 화법으로 동화를 들려주고는 한다.


 

06 호불호

꿀을 좋아한다. 오죽하면 식빵에 꿀만 잔뜩 올려 먹기도 한다. 식빵에는 꿀! 데운 우유에도 꿀! 그럼 초콜릿에는? 야, 그건 초콜릿 의견도 들어봐야 해요. 단 걸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인 듯 나름 미식가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제는 먹는 양이 줄어 대식가라는 호칭은 쓸 수 없게 되었다.

 

꿀 못지 않게 좋아하는 건 마지팬인데, 자주 못 먹게 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한 번쯤 마지팬을 산처럼 한가득 쌓아놓고 먹어보는 게 꿈이다. 아직 이루지 못 한 버킷리스트, 체크.

 

동화책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림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거지만, 어쨌든 고대 언약에 대한 동화책을 가장 아꼈다. 그렇다 보니 마법의 세계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으며, 마법사와 신수 또한 두말할 것 없이 좋아했다. 그토록 신비롭고 동화적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게, 마법사가 된 지금도 무척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선망하는 것은 아직 가보지 못 한, 무수히 넓은 미지의 세상이다. 내가 만약 바람이었다면 세상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었을 텐데. 소녀는 더 큰 세상을 보는 것과 더불어 하늘을 나는 것에 새 꿈을 품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물론 맑은 날도 얼마든지 좋지만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평소와 달리 고요해졌고, 고인 웅덩이에 비친 세상은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처럼 보였다. 딱 한 번은 비 오는 날 나가서 뛰어 놀았던 적도 있다. 물론 감기 걸린다며 호되게 혼난 뒤로는 못 해봤지만 어쨌든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둠을 싫어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같다, 라는 것은 동시에 어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태도 때문이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드물게도 웃음기가 사라졌으니 어쨌든 달갑지 않은 편이라 단정 지어도 좋을 것이다.

 

건포도가 들어간 빵, 14살이 되어도 용납할 수 없다.

 

07 습관

특이하게 반존대를 사용한다. 반말을 사용하는 엄마와 존댓말을 사용하는 아빠의 영향인 것 같다. 그래도 제 또래들에게는 편히 말할 법도 한데, 어릴 때 엄마보다는 아빠와 보낸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친구들에게도 존댓말을 섞어 사용하다가 그대로 말버릇이 되어 굳은 모양이다. 다만 상대를 가리키는 호칭만은 고정적으로 반말이며, 초면이나 어색한 사이에는 호칭까지 존대를 사용한다.

 

늘 책갈피를 소지하고 다닌다. 책을 읽다가 꽂아 놓기 위함이다. 모서리를 접거나 페이지에 표시해두는 것은 정말이지 건포도가 박힌 빵 만큼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제는 제법 컸다고 인형과 담요 없이도, 굿나잇 키스 없이도 잠들 수 있지만 친구들과 아침 저녁으로 나누던 뽀뽀 인사에 익숙해졌는지 습관처럼 주고받고 있다.

 

칭찬을 하면 고장난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삐그덕거리던 모습은 싹 사라졌다. 대신 흘려듣는 것 마냥 아무런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게 새 습관이라면 습관일 것이다.

 

망토의 후드를 쓰고 다니는 게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가장 최근에 개학한 후 갑자기 생긴 습관이다.


 

08 프리뮬러 마법학교

애정해 마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곳, 실감한 후에도 더없이 환상적인 세계, 따뜻하고 즐겁고 편안한 장소. 소녀는 밝은 빛을 한껏 뽐내며 그곳에서 5년이란 시간을 성장했다.

 

헬레네 루시아 애들레이드는 커갈수록 조금씩 철이 드는 것 빼고는 놀랍도록 변함없이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학교가 조용해질 날은 영영 오지 않을 듯했다. 마법이 좋았고, 친구들이 좋았고, 이 세상을 사랑했다. 학기 중에는 친구들과 소란스럽게 뛰어 놀았으며 방학에는 귀찮을 정도로 많은 편지와 소포를 보냈다.

 

편지 속 글자마저 시끄러운 소녀의 편지가 뚝 끊긴 것은 14살, 견습생 학기를 앞둔 직전 방학. 여느 때처럼 활기찬 인사를 주고받던 방학 날로부터 약 3주 뒤 소녀는 돌연 행방을 감춘 것처럼 연락이 끊긴다. 몇몇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학 날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 헬레네는 미안하다며 밝게 웃었으나 그간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언제나처럼 활발하고 해맑고 다정한 소녀는 이제 후드를 뒤집어 쓰고 다닌다. 운 적은 없으나 눈가는 매일같이 붉었다. 잠을 자는 대신 깊은 새벽이면 숲으로 산책을 나간다.

 

누군가는 캐묻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주는 것도 다정이며 배려라고 했다. 소녀는 거기에 동의한다.

 

어쩌면 동의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밤

홀로 외로운 날 안아줄

따스한 품이 간절해지는 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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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e Lucia Adela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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